작년 한 해 경찰청에 접수된 대포통장 관련 사건이 3만 건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숫자만 보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실 텐데, 저희 사무소에도 이 숫자 중 한 분이 다녀가셨습니다.
20대 후반 남성분이었어요.
"통장 빌려주면 50만원 드릴게요"라는 SNS 쪽지 하나에 넘어가서 계좌를 개설해 넘겼다가, 몇 달 뒤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서를 받으셨습니다.
본인은 그 통장이 어디에 쓰이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셨지만, 그 말은 수사 과정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걱정,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냥 통장만 빌려주는 건데 이게 문제가 되나?"
"이미 빌려줬는데 지금이라도 취소할 수 있나?"
"나는 정말 몰랐다고 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이 세 가지 질문, 상담 오시는 분들이 항상 억울한 표정으로 물어보십니다.
안타깝지만 세 질문 모두 답이 "아니오"에 가깝습니다.
1. '통장만' 빌려주는 게 아닙니다
본인 명의 통장을 넘기는 순간, 그 계좌는 대부분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자금 세탁에 쓰입니다.
피해자가 입금한 돈이 그 통장을 거쳐 몇 시간 안에 다른 계좌로 빠져나갑니다.
통장 주인은 그 과정을 지켜보지도, 막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그 통장의 명의인이 바로 본인이에요.
"저는 그냥 통장만 준 죄밖에 없어요"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나
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이나 카드를 대가를 받고 넘기는 행위 자체를 처벌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가 없이 그냥 빌려준 경우도 처벌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몰랐다"는 말은 형량을 정하는 데는 참작될 수 있어도, 처벌 자체를 면하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이 법은 계좌를 빌린 사람뿐 아니라 빌려준 사람도 똑같이 겨냥합니다.
나.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단순 대여인지, 사기를 인지하고도 넘겼는지를 판단합니다.
대가를 받고 넘긴 정황, SNS 대화 내용, 반복적으로 넘긴 이력이 있다면 사기방조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형량이 훨씬 무거워지고, 전과 기록도 남습니다.
"그냥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말은 수사기관 입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변명이라, 오히려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3. 이미 빌려주셨다면, 지금 해야 할 일
가장 먼저 해당 은행에 연락해 계좌 지급정지 해제 절차와 본인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경찰 조사 통보를 받으셨다면 혼자 대응하지 마시고 변호인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자진해서 경위를 설명하고 협조하는 태도가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받은 대가가 있다면 이를 반환하거나 공탁하는 것도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숨기거나 미루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지니, 빠르게 정리하시는 게 최선입니다.
4. 회생·파산 신청에도 영향을 줍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재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등재되면 일정 기간 신규 계좌 개설이 제한되고, 이는 회생 변제금 관리 계좌를 만드는 데도 걸림돌이 됩니다.
형사처벌 이력 자체가 회생 인가를 막지는 않지만, 진행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서류와 소명 절차가 늘어납니다.
채무 문제로 이미 힘든 상황에서 형사 사건까지 겹치면 회복까지의 시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급한 돈 몇십만원 때문에 짊어지기엔 대가가 너무 큽니다.
거절하는 마법의 대답
통장이나 카드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이렇게만 답하세요.
"죄송한데 그건 도와드릴 수 없어요, 저도 처벌받는 일이라서요."
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더 설명하거나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상대가 진짜 지인이라면 이 대답에 서운해하지 않을 거예요.
마무리하며
그 20대 남성분은 결국 벌금형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취업 준비 중이던 회사의 신원조회에서 그 기록이 그대로 발견됐습니다.
합격 통보를 받았던 자리가 조용히 취소됐다고, 상담 중에 힘없이 말씀하셨어요.
"50만원 벌려다가 몇 년치 기회를 날렸다"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습니다.
급전이 필요한 순간일수록 이런 제안이 유혹적으로 들린다는 걸, 저도 상담하면서 매번 느낍니다.
그럴수록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보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통장이나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으셨다면, 지금 이 글을 떠올려 주세요.
아무리 급해도 그 순간의 선택이 앞으로 몇 년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이미 넘기셨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빠르게 상담받으세요.
빠를수록 정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회생 상담이든 이런 상황이든, 편하게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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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김재현 사무소 대표 김재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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