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 결정문을 받으신 한 의뢰인 분이 며칠 뒤 사무소에 짧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4년 전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써봤어요." 본인이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과 나눠도 좋다고 동의해주셨고, 본인 식별 가능 부분만 약간 다듬어 올립니다. 1인칭 편지 그대로입니다.
너에게
안녕. 4년 뒤의 너야.
지금 너는 매일 새벽 3시에 잠이 깨고 있을 거야. 통장 잔액을 확인하다가 다시 누우면 또 천장이 보일 거고. 카드 4장은 한도가 다 찼고, 캐피탈에서 또 한 번 빌리려고 했지만 거절당했을 거야. 그 시점에 내가 너한테 몇 줄 적고 싶었어.
먼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사업이 안 됐고, 그 사이 부모님이 편찮으셨고, 거기에 카드 결제일이 겹쳤어. 그게 누구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야. 너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마. 그 미움이 결정을 자꾸 미루게 했어.
"회생"이라는 단어를 무서워하지 마
너는 회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 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실제로 들어와 보면 그냥 절차야. 법원에서 변제 계획을 정해주고, 매월 정해진 금액만 갚으면 되고, 남은 빚은 면제돼. 그게 다야. 너의 직장도, 가족도, 일상도 거의 그대로야.
전화 한 번이 모든 걸 바꾼다
너는 사무소 번호를 메모만 해두고 한참을 안 거셨지. 두 번을 적었다 지웠다 했을 거야. 그 한 통이 4년이 걸리는 절차의 시작이고 또 끝이야. 카톡 한 줄도 괜찮아. "상담 가능한가요" 한 줄. 9분 안에 답이 와. 지금 보내봐.
가족에게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
너는 가족이 알게 될까 봐 가장 무서웠지. 특히 배우자. 그런데 막상 말해보니 그쪽이 더 안도하셨어. 이상한 분위기의 이유를 그제야 아셨거든. 무서워서 미루지 말고, 어떻게 말할지 사무소에 한 번 물어봐. 그쪽에서 같이 시뮬레이션해 줘.
36개월은 생각보다 짧아
너는 36개월이라는 숫자를 들으면 끝이 안 보일 거야. 그런데 첫 6개월만 통과하면 그 다음 30개월은 자동으로 흐른다. 매월 자동이체 한 번, 가계부 한 줄, 비상금 통장에 8만원. 그게 36번 반복되면 면책이 와.
한 가지만 약속해줘
오늘부터 카드 한 장 더 긁지 마. 캐피탈 한 번 더 빌리지 마. 가족 명의로 자산 옮기지 마. 친한 친구에게만 갚지 마. 이 다섯 가지만 안 하면 사무소가 나머지를 다 알아서 해줘. 너는 자료만 챙겨가면 돼.
추신
면책 결정문은 PDF 한 장이고, 본문은 두 줄이야. "위 사건에 관하여 채무자를 면책한다." 4년이 그 두 줄에 다 들어가는 게 처음엔 좀 허무했어. 그런데 그게 너의 인생을 다시 그려준 두 줄이야.
네가 지금 망설이고 있는 그 한 통의 전화, 그 한 줄의 카톡. 그게 4년 뒤 두 줄짜리 PDF로 돌아와. 그 사이의 시간이 외롭지 않게, 사무소 한 곳에서 끝까지 같이 가줘. 나는 그래서 지금 여기 있어.
— 4년 뒤의 너로부터
사무소가 덧붙입니다
이 편지는 한 의뢰인이 면책 결정 직후 본인 의지로 보내주신 글입니다. 본인의 동의로 게시했고, 같은 처지에 계신 분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회생을 망설이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시면, 사무소에 한 줄만 보내주세요. 답은 9분 안에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