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작년 봄 사무소를 찾아오신 한 의뢰인 분의 12개월을 따라가봤습니다. 의뢰인 동의를 받아 익명으로 공유하는 회고입니다. 한 케이스의 한 해를 통째로 보여드리면 회생 이후의 일상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짐작이 가실 것 같아 정리해보았습니다.
H씨 — 누구이신가
대구 달서구에 사시는 50대 후반 남성. 식자재 도매업 12년. 코로나 시기 거래처가 줄줄이 폐업하면서 매출이 60% 빠지고, 그 사이 5천만 정책자금 + 카드론 3천 + 캐피탈 2,800만 + 보증 채무 1,800만이 누적. 총 채무 1억 2,600만. 월 평균 매출은 280만대로 회복 중이었지만 부채 이자만 매월 110만이라 본인 인건비는 거의 못 가져가시는 상태였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가게도 잃고 가정도 잃을 것 같아서요." — 첫 상담 첫 마디
5월 — 첫 상담 / 신청 준비
1차 상담 30분 안에 회생이 답이라는 결론. 채무 규모 + 정기 매출 + 보증 채무까지 모두 회생계획안 안에서 정리 가능한 케이스였습니다.
그 다음 주에 자료 발급 시작. 부가세 신고서 4분기 + 통장 거래내역 12개월 + 거래처 입출금 명세 + 신용 정보 조회. 자영업이라 자료가 많았는데 사무소에서 위임으로 발급 대행을 70% 정도 처리. 본인은 동사무소·세무서 두 번만 다녀오셨어요.
6월 — 신청서 접수
변제계획안 초안 작성. 월 가처분소득을 부양 가족(배우자 + 미혼 자녀 1명) 기준으로 계산하니 약 78만이 나왔습니다. 36개월 총 변제액 약 2,808만. 1억 2,600만에서 9,792만이 면제되는 그림.
대구지방법원 회생부 전자소송으로 접수. 첫째 주 안에 접수 완료. 채권자 통지서가 발송된 그 주부터 추심 전화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7월 — 보정 명령
법원이 보정 명령을 1건 보냈습니다. "거래처 입금 패턴 중 8건의 출처 소명 요청." 자영업이라 단골 거래처 외 일회성 입금이 섞여 있었고, 이걸 모두 정리해서 12일 뒤 답변 제출.
이 보정 단계에서 의뢰인 분이 가장 불안해하셨어요. 사무소에서 매일 진행 상황을 카톡으로 공유해드렸고, 답변 제출 후 안정 단계로 진입.
8월 — 개시결정
접수 후 약 65일 만에 개시결정 떨어졌습니다. 그날 의뢰인 분께 전화드렸을 때 "이제 한숨 돌렸어요"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어요.
이 시점부터 추심·압류가 법적으로 완전 정지. 그동안 매일 오던 추심 전화가 일주일 안에 0건으로 줄었습니다.
9월 — 채권자 집회
대구지방법원에서 채권자 집회 진행. 본인 출석. 캐피탈 한 곳이 변제율 이의 제기를 했지만 법원 중재로 조정 완료. 사무소가 사전에 그 캐피탈의 반응을 예측하고 대응 자료를 준비했던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집회는 약 40분 만에 끝났고, 의뢰인 분 표정이 처음으로 풀린 게 그날 끝나고 사무실 앞에서였습니다.
10월 — 인가결정
채권자 집회 후 약 30일 만에 인가결정. 신청부터 인가까지 총 약 4개월 반. 평균보다 조금 길었던 건 보정 명령과 채권자 이의 대응 때문이었습니다.
인가결정문 받으신 그 주에 사무소에 한 번 방문하셨어요. 결제 인프라 정리·자동이체 설정·비상금 통장 개설을 함께 점검. 한 시간 만에 끝.
11월 — 첫 변제
첫 회 78만원 자동이체. 무리 없이 완료. 처음 변제일 다가올 때 본인이 가장 긴장하셨는데, 통장 잔액을 미리 90만으로 맞춰두셔서 문제없었습니다.
같은 달에 알뜰폰 전환도 완료. 월 통신비 7만대에서 1만대로 떨어졌고, 그 차이가 가계 여유로 들어왔어요.
12월~2026년 2월 — 안정 구간
3개월 동안 같은 패턴 반복. 매월 78만 자동이체 + 비상금 통장 8만 적립 + 생활비. 가게 매출도 코로나 회복기에 맞춰 280만 → 330만대로 조금 올라왔습니다.
1월 명절 즈음에는 의뢰인 분이 사무소에 음료수 한 상자를 들고 오셨어요.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고만 짧게 말씀하시고 가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3월 — 첫 위기
가게 식자재 보관 냉동고 고장. 수리비 약 240만 발생. 본인이 모아둔 비상금 56만 + 추가로 일부 차입 검토.
이때 사무소에서 단호히 말렸습니다. 새 차입은 회생 진행 중 금지. 대신 거래처에 식자재 결제일 1개월 유예 협의 + 본인 가게 옆 식당 사장님께 단기 협조 약 80만. 한 달 안에 회복.
4월 — 일상으로
위기 한 번 넘긴 후 의뢰인 분 표정이 또 한 단계 풀렸어요. "이제 작은 일들은 큰일이 아니구나"라는 말씀을 하셨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5월 — 1년 점검
인가 만 1년 시점 사무소 점검. 12회 변제 모두 무사고. 비상금 약 96만 적립. 가게 매출은 안정적으로 월 340~360만 유지. 본인 인건비를 매월 일정하게 가져가실 수 있는 구조로 돌아왔습니다.
"36개월 중 12개월이 지났어요. 처음에는 끝이 안 보였는데, 이제는 끝이 보입니다." — 1년 회고 첫 마디
남은 24개월
앞으로 24개월. 본인이 큰 사건만 없으면 거의 자동입니다. 사무소에서는 1년 무료 사후관리가 끝나는 시점에 한 번 더 점검을 권장드렸어요. 의뢰인 분도 동의하셨고요.
H씨의 12개월을 정리하면 — 결정의 무게 + 자료 정리의 번거로움 + 보정 명령 1회 + 채권자 이의 1건 + 일상 위기 1회. 평범한 경로입니다. 누구의 회생도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아요. 그저 매월 변제일에 통장 잔액이 있고, 가족에게 더 큰 부담을 안 주는 매일이 누적되면서 끝나는 절차입니다. 시작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이 1년의 평범함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