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무소 전화벨이 울렸는데, 이분이 멈칫하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사실 아직도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심장이 철렁해요."
20대 후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셨고, 3년 전 개인회생을 신청하셨던 분입니다.
완납하고도 한참이 지났는데, 전화벨 소리 하나에 여전히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이분의 3년을 소리로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첫 번째 소리 - 전화벨
처음 상담 오셨을 때, 이분이 가장 힘들어하신 건 빚의 액수가 아니라 전화벨 소리였습니다.
웹툰 외주와 캐릭터 디자인으로 수입을 벌던 분이셨는데,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카드값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밀리니 돌려막기가 이어졌고, 독촉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왔다고 했습니다.
"작업하다가 전화벨이 울리면 손이 멈춰요. 집중이 안 돼서 마감을 못 지킨 적도 있어요."
빚 때문에 생계 수단인 작업 자체가 흔들리는 악순환이었습니다.
프리랜서는 소득 증빙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상담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금계산서나 입금 내역만 있어도 소득 산정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분도 최근 2년치 입금 내역을 정리해주셔서,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변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채무 총액은 3천 2백만원 정도였고, 변제 기간은 36개월로 잡았습니다.
"전화벨이 멈출 수 있다면 뭐든 해보겠다"는 말씀이, 신청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두 번째 소리 - 태블릿펜 소리
변제가 시작된 이후, 이분은 전보다 더 많이 작업하셨다고 합니다.
변제금을 맞추려면 일감을 거절할 수 없었고, 밤새 태블릿펜으로 화면을 긁는 소리가 일상이 됐습니다.
"그 소리가 지겨우면서도, 한편으론 안심이 됐어요. 일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작업량이 늘면서 번아웃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 사무소에 연락 주셔서, 변제금 납부가 조금 늦어도 괜찮은지 미리 확인하시곤 했습니다.
다행히 연체 없이 36개월을 다 채우셨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한 번은 거래처 정산이 두 달 밀리면서 변제금을 맞추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변제금 조정 절차를 안내해드렸고, 몇 달 숨통을 틔운 뒤 다시 정상적으로 납부하실 수 있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수입이 불규칙한 건 당연한 일이고, 제도도 그런 상황을 감안해 설계돼 있습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미리 말씀해주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늘 안내해드립니다.
세 번째 소리 - 지금의 조용함
완납 후 작업실을 다시 찾아주신 날, 이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은 전화벨이 울려도 그냥 작업 문의겠거니 하고 받아요."
예전과 똑같은 전화벨 소리인데, 거기에 담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었습니다.
작업량도 예전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고 계신다고 하셨고, 태블릿펜 소리도 전보다 느긋하게 들린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작업실이 조용해도 불안하지 않아요"라는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은 신작 포트폴리오 작업을 틈틈이 하신다고 했습니다.
예전엔 생계를 위한 외주만 쫓느라 정작 하고 싶었던 작업은 뒷전이었다고 하셨어요.
"이제야 제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말씀에서, 단순히 빚을 갚은 것 이상의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태블릿펜 소리도 예전처럼 쫓기듯 급하지 않고, 한 획 한 획 여유 있게 들린다고 하셨습니다.
소리는 그대로지만 그 안에 담긴 속도가 달라진 셈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회생 절차 자체를 포기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 증빙 방식만 잘 정리하면, 프리랜서라고 해서 불리할 건 없습니다.
오히려 이분처럼 작업과 생계가 직결된 경우, 채무 문제를 방치하면 일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더 큽니다.
지금 전화벨 소리에 유독 예민해지신 분이 계시다면, 그 소리의 의미를 바꿔드리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사무소로 연락 주셔도 좋겠습니다.
-----
법무사 김재현 사무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상록로2길 76, 2층 (범어동) · 사업자등록번호 449-07-01580 · 대표 김재현
상담 문의는 1844-0755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평일 09:00~18:00, 점심 12:30~13:30).
